
영화 '놉' (Nope) 줄거리, 리뷰, 결말
줄거리: 하늘에 도사리는 미지의 존재
영화 '놉'은 조던 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미스터리하고 기괴한 존재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할리우드에서 말 조련사로 일해온 헤이우드 가문의 가장이 의문의 사고로 사망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 하나가 그의 뇌를 관통한 것입니다. 그의 아들 오티스 "OJ" 헤이우드 주니어와 딸 에메랄드 "엠" 헤이우드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업인 목장을 이어받지만, 경영난에 시달립니다.
그러던 중 OJ와 엠은 하늘에 떠다니는 기이한 구름을 발견하고, 그 구름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이 미지의 존재는 때때로 기이한 소리를 내고, 전기와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키며, 말들을 빨아들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듭니다. 이 정체불명의 존재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한 OJ와 엠은 그 생명체를 촬영해 세상을 놀라게 할 '완벽한 영상'을 찍기로 결심합니다.
이들은 동네 전자제품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앤젤 토레스와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 전문가 홀스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한편, 헤이우드 목장 근처에서 서부 테마파크를 운영하며 과거 아역 스타였던 리키 "주프" 박은 자신의 쇼에 이 미지의 존재를 이용하려 합니다. 그는 자신의 쇼를 위해 말들을 미끼로 바치지만, 결국 이 존재에게 통제 불능의 공격을 당하게 됩니다.
OJ, 엠, 앤젤은 주프의 비극을 목격하고, 이 존재가 소리에 이끌려 생명체를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미지의 존재’를 먹이가 아닌 단순한 영역 침범자로 인식하게 만들고, 더 이상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완벽한 영상’을 찍을 방법을 고안합니다.
리뷰: 조던 필 감독의 영리한 연출과 숨겨진 메시지
'놉'은 조던 필 감독 특유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독특한 공포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외계 생명체의 공포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구경거리'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사람들은 미지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해 명성을 얻으려 하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는 관객들 스스로가 미디어 속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영화는 또한 할리우드에서 잊혀졌던 흑인들의 역사를 조명합니다. 주인공 헤이우드 가문은 영화 역사의 첫 번째 필름에 등장한 흑인 기수의 후손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영화 산업의 초창기부터 존재했지만, 제대로 기록되지 않고 지워졌던 역사를 상기시킵니다. 이는 '구경거리'의 대상이 되었던 이들이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진짜'를 기록하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이 영화는 시각적인 면에서 매우 훌륭합니다. 압도적인 크기와 위용을 자랑하는 미지의 존재는 경외감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공포를 자아냅니다. 조던 필 감독은 미지의 존재를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 공포를 쌓아 올립니다. 소리로 압박하고,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키며 관객들의 불안감을 극대화합니다.
다만, '겟 아웃'이나 '어스'에 비해 플롯이 다소 느슨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다층적이어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지의 공포를 숭고함으로 승화시키는 독특한 시도와 훌륭한 영상미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결말: 살아남기 위한 전략, 그리고 승리
OJ, 엠, 그리고 앤젤은 미지의 존재를 유인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들은 '구경거리'가 되고 싶어하는 리키 "주프" 박처럼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미끼를 던져 '놈'을 유인합니다. 이들은 '놈'이 생명체가 아닌 평범한 사물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 풍선으로 만든 거대한 인형들을 미끼로 사용합니다. 그들의 목표는 전자기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옛날식 수동 카메라(크랭크 카메라)로 그 존재의 실체를 담아내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OJ는 미지의 존재를 밖으로 유인해 엠이 그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합니다. 엠은 거대한 존재의 영역 밖으로 빠져나와 흩어져 있는 전자기기와 CCTV 카메라를 모두 무력화시킨 뒤, 마지막 남은 기회로 수동 카메라를 이용해 그 존재의 완벽한 영상을 찍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거대한 존재는 자신이 삼켰던 모든 것들을 토해내며 풍선 인형을 삼키려다 스스로 파괴됩니다. OJ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말을 타고 돌아오고, 엠은 자신이 찍은 영상을 들고 승리의 미소를 짓습니다.
결말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구경거리'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이겨내고 스스로 역사를 기록하는 자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헤이우드 남매는 할리우드에서 소외되었던 흑인 가문의 역사를 자신들의 손으로 기록하고, 미지의 공포 속에서 살아남아 진정한 영웅이 됩니다. 이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통제하고, 정당한 역사를 되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