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 영화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비슷하다고 생각되시죠?
하지만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은 무능하고 소심한 만화가 어시스턴트.
그는 세상을 구할 영웅이 아닙니다. 오히려 좀비 사태가 터졌을 때 가장 먼저 죽을 것 같은 인물이죠.
그런데 그런 그가… 총을 들고 사람들을 지킵니다.
그 어떤 슈퍼히어로보다 더 ‘현실적’이면서도 ‘기억에 남는’ 일본 좀비 영화,
지금부터 줄거리, 리뷰, 결말까지 함께 보시죠.(육상좀비 진짜 무서웠음..)
줄거리: 세상은 망했고, 그는 아직 총을 들지 않았다
히데오 스즈키(오오이즈미 요)는 35세의 만화 어시스턴트.
10년째 연재 제안은커녕,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어정쩡하고,
일상은 그야말로 루저의 삶.
그의 유일한 자부심은 ‘소유 중인 총기 면허’뿐입니다.
어느 날, 뉴스에선 이상한 전염병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ZQN(좀비 같은 존재)’으로 변하기 시작하죠.
(ZQN은 양아치, 날라리, 인간쓰레기를 일컫는 일본의 비속어 DQN과 Zombie의 합성어이다.)
갑자기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히데오는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도망 중 그는 고등학생 히로미와 함께 생존하게 되고,
그들은 한때 스키장으로 쓰이던 생존자들의 집단에 합류하게 돼요.
하지만 그곳에도 서서히 ZQN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히데오는 점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도망칠 것인가?
싸울 것인가?
그리고 드디어, 그는 자신의 권총을 꺼내들게 되죠.
리뷰: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자기 자신’일지도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전통적인 좀비물과 달리
공포와 현실의 경계, 인물의 감정 변화를 아주 섬세하게 다룹니다.
히데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겁 많은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가 잘 싸우는 것도, 리더십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누군가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본능적인 감정이
그를 점점 변화시켜요.
이런 인물 구조 덕분에
관객은 히데오에게 깊은 이입을 하게 되고,
한 발 한 발 총을 쥐는 그의 손에 자연스레 감정이 실립니다.
또한 ZQN의 연출 방식도 독특해요.
일반적인 좀비보다 더 빠르고, 괴기스러우며,
‘죽기 전 마지막 감정’을 반복 재생한다는 설정은
소름끼치면서도 슬픔을 자아냅니다.
액션도 훌륭합니다.
후반부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는
좀비물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명장면 중 하나.
총성과 핏방울, 감정의 폭발이 동시에 터지며
숨 막히는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냅니다.
결말: “이제서야 총을 쏠 수 있게 됐어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쇼핑몰에서 펼쳐집니다.
히데오, 히로미, 그리고 다른 생존자들이 몰려든 가운데
좀비 무리가 몰려오고, 도망칠 틈도 없습니다.
히로미는 사실 ZQN에 물렸지만,
기이하게도 완전히 좀비화되지 않은 상태.
그녀는 인간과 ZQN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가 되어 히데오에게 결정적 힌트를 줍니다.
히데오는 결국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혼자서 수많은 좀비 떼를 상대하기 위해 총을 듭니다.
그 순간, 그는 말하죠.
“나는 영웅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해야 한다.”
그는 한 발, 한 발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기며
쇼핑몰 안을 전장으로 만들고,
마침내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 결말은 대단히 시끄럽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평범한 사람도 선택하면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아주 강렬하게 전달해요.
결론: 나는 영웅이 아니지만, 오늘 너를 지킬 수 있다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닙니다.
평범한 인간의 내면,
겁과 용기의 갈림길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를 되묻게 만드는 영화예요.
주인공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감동적입니다.
좀비물의 액션성과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강한 감정선,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까지 원하신다면
이 영화,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