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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을 사용하여 이웃들을 지킨다! 영화 "염력" 리뷰!

by 꽃길♡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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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염력 포스터

1. 염력 – 초능력보다 더 무기력했던 아버지의 비행

“하늘을 나는 남자, 세상을 바꾸지 못하다”

2018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염력은 많은 기대와 동시에 많은 아쉬움을 남긴 영화였다.
슈퍼히어로라는 익숙한 장르적 외피 안에, 한국 사회의 가장 비현실적인 현실—재개발, 철거민, 공권력, 가족 해체—를 담아낸 이 영화는 그 방향성과 시도가 분명히 신선했고, 동시에 무거웠다.
하지만 이 영화가 놓고 간 진짜 울림은 오히려 그 '무거움' 속에 있었다.

2. 줄거리 – “평범했던 남자, 비현실적인 힘을 얻다”

신석헌(류승룡)은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살아가던 인물이다.
지방의 경비원으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고, 가족과는 끊긴 지 오래다.
그의 삶은 남들이 흔히 말하는 ‘실패한 중년 남성’의 전형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음료를 마신 뒤 그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물건이 움직이고, 자신이 하늘에 떠오르며, 현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자신에게 초능력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힘을 얻은 순간, 그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다.
무언가 해보려 해도 이미 단절된 인간관계, 목적 없는 삶 속에서 이 능력은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그는 유명세를 노릴 수도 있었고, 돈을 벌 수도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서울로 향한다.
그곳에는 오래전 연을 끊었던 딸, 루미(심은경)가 있었다.

루미는 재개발 구역의 한복판에서 철거민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집도 일터도 공동체도 잃은 이들은, 어느 날부터 폭력적인 용역과 공권력의 탄압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경찰은 그들의 편이 아니고, 언론은 침묵하며, 세상은 철저히 무관심하다.

석헌은 오랜만에 마주한 딸 앞에서 무능한 아버지의 민낯을 다시 확인한다.
그는 그녀를 도울 수 없고, 믿음을 회복할 수도 없고, 이미 너무 늦어버린 관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른다.

그러나 점차 그는 선택한다.
‘아버지’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누군가는 이 싸움을 멈춰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초능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3. 리뷰 – “세상은 초능력으로도 바뀌지 않는다”

염력은 기대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 영화에서 초능력은 통쾌한 무기나 반전의 도구가 아니라, 무기력한 현실에 던져진 낯선 도구일 뿐이다.

‘힘이 생기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까?’
연상호 감독은 그 질문에 대해 아주 분명히 말한다.
“아니다. 오히려 그 힘은 더 외롭게 만든다.”

석헌은 사람들을 날려버릴 수 있고, 자동차를 들어올릴 수 있으며, 하늘을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사회적 제도, 언론의 왜곡, 공권력의 방패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영화는 히어로가 나오는 영화지만, 히어로물이 아니다.
그는 시민을 구하지도, 세상을 바꾸지도 못한다.
오직 한 사람, 자신의 딸을 지키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극 후반, 석헌은 군대까지 투입된 철거 현장에서 온몸으로 맞선다.
하늘을 날고, 사람들을 막고,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을 지켜낸다.
하지만 그 힘은 너무 늦게 발휘됐고, 너무 외로웠다.

이 영화가 진정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 자체가 초능력보다 더 압도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권력은 기괴하고, 체계는 비정하고, 인간은 약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의로운 아버지'조차, 단지 철거민 중 하나일 뿐이다.

4. 결말 – “마지막 남은 초능력, 사랑”

결국 석헌은 딸을 지켜낸다.
거대한 빌딩이 무너지고, 권력은 실패하며, 그는 하늘을 난다.
그러나 그 순간조차, 영화는 통쾌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이들이 사라진 뒤라는 걸 알고 있다.
딸과 다시 손을 잡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초능력을 얻었을 뿐, 여전히 흔들리는 인간이었다.

결말에서 석헌은 하늘 위에서 멀어진 도시를 내려다본다.
변한 것은 없다. 빌딩은 다시 세워질 것이고, 권력은 재정비될 것이다.
다만, 그 모든 과정에서 한 사람이 “딸을 위해 싸웠다”는 기록만이 남는다.

그는 세상을 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의 목숨은 지켰다.
그리고 그것이면 되었다.

5. 결론 – “염력은 판타지가 아니다. 비극이다.”

염력은 전형적인 한국형 영웅 이야기의 반전이다.
우리는 늘 세상을 바꾸는 능력, 정의를 실현하는 주인공을 원한다.
하지만 연상호는 말한다.

“힘보다 중요한 건 의지이고,
초능력보다 강한 건 사랑이다.”


이 영화는 ‘사회 구조의 강함’과 ‘개인의 무력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끝끝내, 한 인간의 비행을 통해 말한다.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 힘든 건,
누군가를 위해 착륙하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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