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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장혁 주연 영화 "보통사람" 리뷰!

by 꽃길♡ 202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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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포스터

영화 '보통사람' (2017): 폭풍 같던 시대, 한 가장의 절규와 희망

1. 줄거리: 잔인한 시대의 굴레, 평범함의 몸부림

1987년, 대한민국의 하늘은 회색빛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 분)에게는 오직 단 하나의 소망만이 있었습니다. 아픈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고, 아내와 함께 소박하지만 따스한 가정을 지키는 것. 그는 거창한 애국이나 대의보다는, 오직 가족의 안녕만을 꿈꾸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었습니다. '빨갱이'라는 올가미가 국민들을 옥죄던 그 시절, 성진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가장이자 형사였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소용돌이는 성진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맡게 된 연쇄 살인 사건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실세 최규남(장혁 분) 부장이라는 거대한 그림자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규남은 '국가 안보'라는 미명 아래 무고한 이들을 간첩으로 조작하고, 심지어 그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냉혹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성진에게 악마적인 제안을 합니다. 사건 조작에 협조하면 아들의 수술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 사랑하는 아들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절박한 심정은 결국 성진을 비극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그는 양심의 가책을 애써 외면한 채 규남의 거짓된 계획에 발을 들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결코 잠들지 않습니다. 덮으려 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규남의 잔혹함과 그가 만들어낸 무수한 희생자들의 그림자는 성진의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합니다. 그가 평생 믿어왔던 '정의'와 '애국'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순간, 성진은 돌이킬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규남의 압박은 이제 성진의 가족에게까지 뻗쳐오고,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는 마침내 주먹을 쥐어 올립니다. 거대한 권력의 폭풍 속에서, 한 '보통사람'은 오직 가족을 지키고 자신의 양심을 회복하기 위한 처절하고도 외로운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 길 위에서 그는 진실을 갈구하는 언론인 추기자(김상호 분)와 같은 동지들을 만나며,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 나섭니다.


2. 리뷰: 평범함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용기

영화 '보통사람'은 단지 1987년의 비극적인 역사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본연의 존엄성과 평범함의 위대함을 노래합니다. 거대한 권력의 폭압 앞에서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한 개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양심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얼마나 숭고한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손현주 배우의 연기는 이 영화의 심장과 같습니다. 그는 가족을 향한 절절한 부성애, 정의와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내면의 갈등, 그리고 마지막까지 양심을 지키려는 비장한 결의까지, '성진'이라는 인물이 겪는 격랑의 감정들을 오롯이 관객의 가슴에 새겨 넣습니다. 그의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는 시대를 살아낸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아픔과 희망을 대변합니다. 장혁 배우 역시 섬뜩하리만큼 냉혈한 규남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응축한 듯한 강렬한 존재감으로 극의 서늘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영화는 1980년대 후반의 암울하고 비극적인 사회상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정보기관의 횡포, 언론 탄압, 그리고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간첩 조작 사건들은 당시의 잔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국가를 위한 희생'이라는 명분 아래 얼마나 많은 인간성이 파괴될 수 있었는지를 상기시킵니다. 몇몇 아쉬운 지적도 있었지만, '평범함 속의 영웅'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이 영화를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선, 오늘날에도 유효한 감동과 질문을 던지는 수작으로 만들었습니다.


보통사람 스틸컷

3. 결말: 상흔 위에 피어난 작은 평화

(스포일러 포함)

성진은 모든 것을 걸고 최규남 부장의 추악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려 합니다. 그는 숨겨진 증거들을 찾아내고, 과거의 오명을 바로잡기 위해 법정에 서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성진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향한 그의 의지는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타오릅니다. 마침내 그의 진심은 언론과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거대한 파도를 일으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벅찬 감동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성진은 자신이 억울하게 연루되었던 간첩 조작 사건과 살인 누명에 대해 재심을 통해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진실의 빛이 드디어 어둠을 걷어내고, 성진은 오랜 세월 짓눌렸던 오명으로부터 해방됩니다. 그러나 이 감격스러운 재판의 부장판사가 다름 아닌 최규남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며, 관객들은 완전한 승리란 결코 쉽게 오지 않음을, 그리고 권력의 그림자는 여전히 어딘가에 드리워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비록 진실이 승리했어도, 세상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절망만을 남기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성진은 학교 운동회에서 손자와 아들이 함께 2인 3각 경기를 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세월이 남긴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지만, 그 안에는 모든 아픔을 견뎌내고 마침내 평범하고 소박한 삶의 행복을 되찾은 '보통사람'의 평온함이 가득합니다. 이는 비록 세상의 모든 부조리가 사라지지는 않았을지라도, 한 개인의 용기가 어떻게 한 가족의 삶을 지켜내고, 또 다른 희망을 꽃피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상흔이 남은 과거 위에서도 새로운 삶이 계속되고, '보통사람'들의 묵묵한 용기가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임을 잔잔하게 속삭이며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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