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심층 탐구: 러셀 크로우가 부활시킨 구마 사제의 진짜 이야기
2023년 3월 29일 개봉한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The Pope's Exorcist)은 오컬트 호러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특히 영화가 실존 인물인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삶을 대배우 러셀 크로우가 연기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죠. 바티칸의 최고 구마 사제, 과연 그는 어떤 악마들과 싸웠고, 그 싸움은 우리에게 어떤 공포와 메시지를 던져줬을까요? 지금부터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바티칸의 해결사, 아모르트 신부의 새로운 임무: 줄거리
영화는 바티칸의 골칫덩어리이자 동시에 가장 믿음직한 해결사인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러셀 크로우 분)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일반적인 사제들이 감히 엄두도 못 낼 강력한 악마들을 능숙하게 퇴치하며 교황청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죠. 유머러스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성격의 아모르트 신부는 종종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곤 합니다. 흡사 베테랑 형사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모르트 신부는 교황의 직접적인 호출을 받게 됩니다. 스페인의 한 작은 수도원에서 발생한 기이한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이었죠. 그곳에서는 어린 소년 헨리(알렉스 에소라 분)가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빙의되어 끔찍한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었고, 수도원의 사제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아모르트 신부는 단순한 악령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소년에게 깃든 악마는 아모르트 신부가 평생 구마 의식을 해오면서도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강력하고 고대적인 존재였습니다. 이 악마는 교활하게도 아모르트 신부의 과거를 들춰내고, 그가 숨기고 싶어 했던 죄책감(과거 한 여성의 자살을 막지 못했던 아픔)을 자극하며 심리적으로 압박해 옵니다.
아모르트 신부는 젊은 사제 토마스 신부(다니엘 조바토 분)와 함께 악마에 맞서 구마 의식을 진행하지만, 악마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으로 두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모르트 신부는 악마가 단순히 한 소년에게 빙의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어두운 역사와 관련된 거대한 음모, 그리고 수세기 동안 은폐되어 온 사악한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파헤치게 됩니다. 악마는 교회의 오랜 비밀을 폭로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아모르트 신부는 신앙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러셀 크로우의 존재감, 그리고 오컬트의 익숙한 맛: 리뷰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기존의 '엑소시스트' 시리즈가 구축한 공포의 문법을 충실히 따릅니다. 빙의된 인물의 기이하게 뒤틀린 육체, 끔찍한 저주와 욕설을 쏟아내는 목소리, 그리고 구마 의식 중 벌어지는 기괴한 현상들은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효과적인 공포를 선사하죠.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클리셰를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는 이유는 단연 러셀 크로우가 연기하는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라는 캐릭터의 압도적인 존재감 덕분입니다.
러셀 크로우는 악마 앞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즐기며 농담을 던지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자신의 과거에 대한 죄책감과 끊임없이 싸우며 고뇌하는 사제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죠. 그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굳건히 잡고, 공포 속에서도 관객이 캐릭터에 몰입하고 그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아모르트 신부의 유머와 카리스마는 영화 전반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독특한 매력을 더합니다.
또한, 영화는 기존의 오컬트 영화들이 잘 다루지 않았던 교회 내부의 정치와 숨겨진 어두운 역사를 배경으로 삼아 신선함을 꾀합니다. 악마가 단순히 개인에게 빙의되는 것을 넘어, 교회의 과거와 관련된 거대한 악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은 흥미로운 미스터리 요소를 제공합니다. 이는 '엑소시스트' 프랜차이즈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 비평가들과 관객들은 영화가 익숙한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공포 연출이나 구마 의식 장면이 예측 가능하고, 전작들에 비해 신선함이나 충격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죠.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다소 허술해지고, 악마의 존재나 교회의 비밀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못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러셀 크로우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그 외의 다른 캐릭터들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져 아모르트 신부의 원맨쇼처럼 느껴진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거대한 악의 부활, 그리고 끝나지 않는 전쟁: 결말
영화의 절정에서 아모르트 신부와 토마스 신부는 헨리를 숙주로 삼았던 악마가 사실 고대의 대악마 '아스모데우스'임을 밝혀냅니다. 아스모데우스는 과거 스페인 종교재판 당시 수많은 학살을 자행하고 교회에 큰 혼란을 야기했던 악마였으며, 교회는 이 추악한 역사를 은폐하기 위해 비밀리에 아스모데우스를 수도원 지하에 봉인했던 것이었습니다. 봉인된 장소가 바로 헨리가 빙의된 그 수도원이었습니다.
아스모데우스는 아모르트 신부의 가장 깊은 상처인 과거의 죄책감(한 여인의 자살을 막지 못했던 일)을 파고들며 그를 유혹하고, 거의 성공할 뻔합니다. 하지만 아모르트 신부는 토마스 신부의 강한 믿음과 도움, 그리고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신앙심으로 이를 극복하고 아스모데우스와의 최종 대결에 나섭니다. 격렬하고 처절한 구마 의식 끝에 두 신부는 아스모데우스를 다시 지하 깊은 곳에 봉인하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헨리는 악마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단순히 악마를 물리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모르트 신부는 아스모데우스와의 싸움을 통해 자신이 '12형제'라고 불리는, 악마를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봉인된 더 강력한 악마들이 존재하며, 자신이 그들을 모두 찾아내 봉인해야 하는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게 됩니다. 영화는 아모르트 신부가 교황청으로부터 '악마 사냥꾼'으로서의 공식적인 임무를 부여받으며 끝없이 이어질 악과의 싸움을 암시합니다. 이는 후속작에 대한 강한 여지를 남기는 결말이며, 동시에 실존 인물 아모르트 신부의 삶이 죽는 순간까지 구마 의식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반영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