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줄거리, 심층 리뷰,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2019년 가을,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며 수많은 논쟁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 영화 '조커'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심리 스릴러이자 사회 비판극입니다. DC 코믹스의 가장 악명 높은 빌런 중 한 명인 조커의 기원을 파고들며, 한 인간이 어떻게 사회의 냉대와 폭력 속에서 광기와 파괴의 화신으로 변모해가는지를 처절하게 그려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이 비극적인 서사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며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줄거리: 고담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광기
영화는 1981년, 암울한 분위기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아서 플렉 (호아킨 피닉스 분)은 노모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외로운 중년 남성입니다. 낮에는 거리의 파티 광대로 일하고,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꿈을 꾸지만, 그의 삶은 불행의 연속입니다. 그는 뇌 손상으로 인한 통제 불가능한 웃음 발작을 앓고 있으며, 심리 치료와 약물에 의존해 겨우 일상을 지탱해나갑니다. 아서의 유일한 안식처는 늘 자신을 사랑하고 격려해주는 어머니 페니 플렉과의 단란한 보금자리입니다.
하지만 고담시는 희망이 사라진 도시였습니다. 만연한 실업,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거리 곳곳에 도사린 범죄는 아서의 삶을 더욱 옥죕니다. 광대 분장을 하고 길을 걷던 아서는 십대 불량배들에게 무차별적인 구타를 당하고, 직장 동료에게는 배신당해 직장에서 해고당하기에 이릅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복지 예산 삭감으로 그의 심리 치료마저 중단되면서, 아서는 이제 기댈 곳 없는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아서의 내면에 잠재된 광기는 지하철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살인 사건을 통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자신을 조롱하고 위협하던 웨인 엔터프라이즈 소속의 금융인 세 명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아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행위 속에서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낍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고담의 거물 토마스 웨인은 살인범을 비난하며 "광대"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오히려 불평등에 분노하던 하층민들의 불씨를 당기며, 그들은 광대 마스크를 쓰고 웨인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합니다. 아서의 무의식적인 살인은 고담시 전체를 뒤흔드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어머니 페니가 토마스 웨인과 과거 인연이 있었고, 자신이 입양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아서의 정신은 더욱 피폐해집니다. 삶의 모든 기반이 흔들리자 아서는 결국 어머니마저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가 동경하던 유명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 (로버트 드 니로 분)의 쇼에 출연하게 되면서 그의 광기는 극에 달합니다. 생방송 도중 아서는 사회를 향한 억압된 분노와 절규를 쏟아내며 급기야 머레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심층 리뷰: 광기와 예술성,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
'조커'는 개봉 당시 극찬과 논란이 엇갈렸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영화도 대체할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은 단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입니다. 그는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스크린 위에 완벽하게 구현해냈습니다. 극심한 체중 감량을 통해 피폐하고 앙상한 아서의 모습을 만들어냈고, 그의 몸짓 하나하나,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아서의 불안정한 심리와 내면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특히 통제 불가능한 웃음 발작 연기는 관객들에게 아서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이 연기는 단순한 캐릭터 묘사를 넘어선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한 빌런의 탄생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날카롭게 던집니다. '조커'는 1980년대 고담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극심한 빈부격차,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그리고 약자를 향한 폭력과 냉대가 한 개인을 어떻게 파괴하고 괴물로 만드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아서가 경험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거울처럼 비추며, '누가 아서를 조커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사회가 아서를 외면하고 병들게 했음을 보여주며, 단순히 '악당'으로 치부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영화의 영상미와 연출은 아서의 심리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어둡고 음침한 고담시의 풍경은 아서의 내면처럼 혼란스럽고 절망적입니다. 텅 빈 아파트, 칙칙한 색감, 그리고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섬세한 카메라 워크는 관객들을 아서의 광기 속으로 더욱 깊이 끌어들입니다. 70년대 아메리칸 뉴 시네마, 특히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와 '성난 황소'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성을 넘어선 예술적 깊이를 추구합니다.
다만, 영화가 폭력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나, 사회적 약자의 분노를 너무 단순하게 그린다는 비판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 자체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강렬함과 깊이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충격적인 결말: 탄생한 광기의 아이콘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서 살인을 저지른 아서는 곧바로 경찰에 체포됩니다. 그러나 그를 호송하던 경찰차가 광대 마스크를 쓴 폭도들에게 둘러싸이며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자신을 영웅시하며 폭동을 일으키는 군중들의 도움으로 아서는 경찰차에서 풀려나고, 경찰차 위에 올라서서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광기 어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얼굴에 피로 덧칠한 광대 분장은 그의 새로운 정체성을 상징하며, 아서 플렉은 죽고, 진정한 '조커'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고담시는 그가 촉발시킨 혼돈 속에서 불타오르지만, 조커는 그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군중의 숭배를 받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캄 주립 병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아서가 정신과 의사와 대화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의사의 질문에 그는 섬뜩한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 하나 해줄까요? 당신은 이해 못 할 거예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병실 문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던 그는 뒤를 돌아보며 피 묻은 발자국을 남깁니다. 이 발자국은 그가 의사를 살해했음을 암시하지만, 동시에 영화의 모든 내용이 아서의 망상 속에서 벌어진 일일 수도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이 열린 결말은 관객들에게 '조커'라는 인물의 탄생이 단순히 물리적인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아서의 뒤틀린 정신 속에서 재구성된 비극적인 코미디일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조커가 된 아서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영화는 그가 고담시의 혼돈 속에서 영원한 광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며 깊은 여운과 함께 강렬한 충격을 선사합니다.